오늘은 두터운 지방이 달린 등심을 바삭하게 튀긴 비계돈까스입니당~
한참 상념에 빠져있었던 시기.
취업이란 무엇이기에 이리 힘드냐고 온갖 잡념에 빠져있었습니다.
참 다산다난 했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한해가 왔습니다. 이제 새롭게 다시 마음을 먹고 싶었고 그전에 바람 한 번 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한 명 꼬셔 부산에 놀러 가게 됐습니다.
여행을 위해 돈이 필요하기에.
열심히 단기 알바를 다녔습니다. 취업준비생이라면 알지만 알바도 큰 스펙이 되기에 자기소개서 한 줄 쓸 거리도 만들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드디어 찾아온 여행 날.
이리저리 알바 경험을 쌓다 보니 계획했던 해운대를 가기로 한 날이 찾아왔습니다. 그날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행복입니다.
왜 계획은 계획대로 안 되는지.
이왕 돈을 쓴다면 맛있는 걸 먹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맛의 지표라 할 수 있는 미슐랭을 선사받은 식당을 한 번 가보는 것이 예의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계획을 잡았으나... 하필 시간을 잘못 잡은 데다 대기 인원도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면 땅이 솟아난다 했기에.
기껏 오랜만에 먼 곳에 와서 바람 쐬로 왔는데... 맛있는 음식 구경도 못 하고 돌아가는 것은 끔찍했습니다. 다행히 미슐랭 가게로 가는 길에 봤던 돈까스 집은 브레이크 타임없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돈까스도 아니고 아직 먹어 본 적 없었던 비계 돈까스를 파는 곳이기에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친구의 칭찬을 들으면 기다렸던 맛은?
미슐랭이고 뭐고 너를 만난 건 감사해.
한 입 먹자마자 자잘하게 바삭한 빵가루들이 재밌는 식감을 주고 고기 층에 도달하자마자 오는 터지는 육즙. 씹을수록 고소한 지방층이 자신의 존재를 팍팍 드러내며 갖고 있던 고소한 기름을 터트려준 그 맛. 행복했습니다... 딱 초입 때까지만요.
몇 입 계속 먹자 느껴지던 맛은...
반가웠지만 이젠 안 반갑구나.
정말 더 못 먹겠다 싶을 만큼 느끼능글느글이었습니다. 왜 다른 손님들은 꼭 메밀국수를 같이 시켜 먹었는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걸 먹으려면 꼭 메밀국수나 카레를 시켜 느끼함을 달래며 먹어야 하는 신비로운 돈까스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와 보니.
또 생각났습니다. 몇 입 못 먹고 느끼해지지만 그래도 그 첫맛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고소 바삭 육즙 빵빵한 돈까스. 다시 먹고 싶었고 메밀국수만 있다면 마지막까지 잘 먹을 자신이 있기에 먹고 싶었지만... 주변에 파는 곳이 없기에... 그때 부산 바다 바람을 맞으며 행복한 시간에 행복한 맛을 곁들여 준 비계 돈까스를 그리워하며 글을 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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