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얇은 면에 있는 듯 없는 듯 속을 채운 만두를 동동 띄어 먹는 완당입니당
대학생이 되고 첫여름방학.
한참 청춘을 즐겨야 하는 시기지만 앗싸에 집순이라 집에만 있었다.
집 요정 되기 전에 온 구원자.
보다 보다 불쌍했는지 이모가 나를 끌고 남포동에 바람 쐬러 데려가줬다.(하지만 집순이는 집 밖 1m만 나가도 헬이기에 많이 힘들다)
남포동은 정말 좋았다.
이것저것 활기가 넘치는 시장과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랑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신기했다. 한 여름에 더워 죽겠는데 왜 나만 땀 흘리고 힘들어 죽겠던지. 그러다 겨우 햇살을 피해 이모가 데려가려 한 가게 앞에 도착했다.
피로는 한순간에 몰려온다.
겨우 지하에 내려가 에어컨의 청량한 바람을 만끾하자 급 피로가 몰려오고 더 힘들었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잠옷 입은 채 침대에 눕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달인의 놀라운 만두 빗기.
가게 구석에는 얇게 빗어놓은 사각 피에 순식간에 속을 채워 완당을 만드는 이모님이 보였다. 빠른 속도에 나름 신기했고 보다보니 금방 음식이 나왔다.
이모의 선택은 항상 옳았기에.
속에선 계속 집을 외쳤지만 그래도 이모가 데리고 가서 먹고 온 음식들은 항상 환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평범해 보이지만 나름 엄처난 맛을 지녔을 거란 기대를 갖고 먹었다.
와... 와아...
진짜 평범 그 자체였다.
이게 뭐지?? 하고 한 입 맛보고 다시 맛보고 의문을 느꼈다. 김밥도 평범. 유부초밥도 속이 딱히 채워지지 않은 기본 중의 기본 유부맛. 근데 맛집이라고? 방송까지 나왔다고?? 잉??? 그렇게 실망과 함께 나들이를 끝마쳤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가 왜 그랬지!!!????? 제에에에에발 다시 시간을 돌려주세요!!!
아니 그 집은 진짜 이상했다. 돌아오고 나서 살짝 괜찮았네?라는 생각이 들더니 시간이 지나 계속 그 국물 한 스푼 또 떠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얼마 들지도 않은 부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 그 완당이란 게 계속 생각났다. 뜨끈하고 미묘하게 찐한 국물과 함께 나풀거리는 신기한 식감을 가진 완당을 한 스푼 먹고 나면 속이 뜨끈해지는 그 맛. 먹다가 쫄깃한 면도 같이 한 젓가락 먹고 심심할 때쯤에 유부와 김밥으로 입가심하는 그 맛. 그걸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고 데려가 준 이모에게 고맙고 미안해졌다. 지금이라도 찾아가고 싶은데 이젠 남포동을 가기엔 시간도 돈도 체력도 없어 더 슬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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