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시절 트럭 위, 철판에서 오랫동안 뭉근히 끓여 더 맛있는 트럭 떡볶이입니당.
어린시절 방과 후, 학원은 필수였다.
한 곳을 다닌 것도 아니고 요일마다 다른 학원에, 밤에도 잠시 가서 배워야 하는 학원과 학습지까지 너무 힘들었다.(좋아서 다닌 게 아니라서 성적도 안 좋았다)
빡빡한 시간 속에 행복은? 트럭 떡볶이!
시간마다 정해진 학원 시간표가 괴로웠지만 그나마 삶의 힐링은 친구들과 학원 하교 후에 먹는 떡볶이였다. 그것도 트럭 위에서 대형 철판을 깔고 분식을 팔았던 할머니의 트럭 떡볶이가 대세였다! 철판 위에서 오래 끓여 찐득하면서 묵직한 소스가 잘 베인 떡을 한입 물으면, 끝의 떡이 살짝 풀어져 있어 소스와 잘 섞인 맛을 준다. 누군가는 너무 찐하거나 달다고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그 특유의 맛이 있다. 심지어 작은 컵에 양껏 담은 떡볶이가 무려 500원으로 같이 팔던 어묵은 개 당 300원에 다른 튀김이나 꼬지류도 1500원 이하였다. 가격이 싸다 해서 맛없는 것도 아니었고 어른들도 찾아와서 사 먹고 갈 정도로 달콤 매콤 바삭 자극의 환상 조합 이동식 가게였다.
피카츄도 하나의 행복이었던 시절.
간판 위에서 인기 많았던 음식은 떡볶이 다음으로 어묵이라면 그다음은 당연코 피카츄 돈까스였다. 갓 나왔든 나온 지 오래되어 식었든 바삭바삭하고 약간의 고기맛이 씹히면서 고소한 기름 맛을 느낄 수 있는 얇은 돈까스. 거기다 모양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카츄 모양이었으니 인기는 말해 모해였다. 그래서 가끔은 떡볶이 대신에 피카츄 돈까스를 사 먹곤 했다. 그럼 꼭 어디선가 나타난 아이들이 한 입만 하고 다짜고짜 크게 반입을 깨물고 가곤 했다.
(지금도 이런 한입만 하는 사람은 솔직히 싫당😫)
정이 많았던 낭만 시절.
종종 돈이 부족할 때도 있는 법. 그땐 100원이면 문구점에서 불량식품 한 개 든든히 사 먹을 수 있다 보니 500원은 어린 나에겐 큰돈이기도 했다. 그러다 돈이 가끔 부족할 때도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못 사 먹을 수도 있다. 보통은 친구들에게 빌리거나 얘들이 사주는 경우도 있지만 다들 상황이 똑같아서 나만 멀뚱히 지켜봐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럼 할머니께서 얼마 있냐고 물으시고 그 돈에 맞춰서 떡볶이를 주시곤 하셨다. 정말 감사했고 그 시절 가득한 정과 아이들이니까 뭐 그 정돈 이해해 준다는 낭만 시절이라 가능했다.
낭만은 오래가지 않는 법.
그땐 그랬는데 그것도 내가 중학교 들어갈 때쯤 다 사라졌다. 노상 가게 단속법이 강화되면서 할머니의 트럭도 어느 날부터 오지 않았다. 그저 내일이면 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지만 이젠 못 온다는 어른들의 말대로 못 보게 됐다. 동시에 문구점에서 팔던 음식들도 싹 사라졌다.
라때는 문방구에서 용가리 치킨이나 순대볶음, 떡볶이 그리고 닭꼬치 등등을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전기 그릴에서 만드셨다. 그리고 이쑤개에 꽂아, 개당 300원에서 500원으로 팔았었다. 특히 토요일 12시 하교 후 나오면, 문구점에서 아이들에게 뭘 만들었다면서 먹으라고 권했었다. 그럼 아이들은 근처 문구점들마다 무엇을 파는지 정보를 교환해서 어딜 갈지 고르곤 했다. 그중에서 좀 있는 아이는 뷔폐처럼 문구점들을 모두 돌 수 있었다. 이것 모두 지금은 단속 때문에 추억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워하기엔 너무 바빠졌기에.
단속이 강해져 이제 트럭 할머니 떡볶이 못 먹냐며 하소연하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중학교만 해도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학원과 독서실을 다녔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야자까지 추가됐다. 세상에 10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한다니 고등학교 등교 첫날은 지금도 안 잊힌다... 그날 친구와 함께 진짜 밤에도 계속 있는 거냐며 억울해하기도 낙담해하기도 하고 자포자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가 뜨기 전에 등교해서 달 보면서 집에 잠시 돌아가는 삶을 사느라 자연스럽게 잊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여유가 오는 법.
그래도 어영부영 결국 시간이 지나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니 여유가 다시 돌아왔다. 학기 중에는 과제 때문에 정신없었지만 방학만큼은 누구보다 자유였던 시간! 그때 다시 트럭 떡볶이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신나게 재료를 사 와서 냄비에 끓여봤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나온 레시피들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신나게 만들어 본 결과... 모두 실패했다. 브랜드 떡볶이 맛은 재연할 수 있어도 그 시절 트럭 떡볶이 맛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맙소사...
추억의 맛이 첨가된 음식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비율을 바꾸고 하루 묵혀두고 다시 끓여봐도, 오랫동안 조려보아도 안 나는 그 맛. 계속 도전하다 보니 결국 깨닫고 말았다. 그 시절 답답한 상황에서 같은 심정을 가진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먹은 추억의 맛이었다. 그러니 당연 같은 떡볶이를 만들었어도 그 맛이 안 나는 거였다. 함께 하교하면서 컵떡볶이 한 개씩 들고 별거 아닌 일로 빵 터지던 그때였으니까 맛있었고 그리운 거였다. 그나마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때가 취업준비생 시절 시장에서 사 온 떡볶이 맛이 좀 유사했었다. 역시 추억의 맛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돌려준다 하면 솔직히 그 시절 갑갑한 생활이 싫어서 절대 돌아갈 생각은 없다. 그래도 그 추억의 맛을 느끼기 위해 잠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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