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란물을 입혀 기름에 노릇하게 익혀 고소함이 증폭된 육전입니당~
경상도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면 요리 중의 하나가 밀면이 있다.
그래서 어느 날 서울에 친척들이 올 일이 생겨 점심을 먹게 된 날에 밀면을 먹게 됐다.
근처 내가 아는 밀면 집만 4곳인 우리 집.
그럼 어느 집을 가야 그나마 입 맛에 맞을지 고민되는 순간. 최근에 생긴 육전 밀면 집을 가보자고 결론이 났다. 육전 밀면이라는데. 어렸을 때의 나에겐 밀면이면 밀면이지 육전이란 음식조차 모르는 육전 밀면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주문하자 나온 수북한 고기 산.
세상에 그날 새로운 음식을 보고 어찌나 놀랬던지. 일단 '육'자가 들어갔으니 고기가 들어간 줄은 알았다. 그래봤자 보통 밀면에 올주는 조금 질기지만 얇게 썬 고명 고기가 잔뜩 올라가는 건가 했다. 그런데 막상 나온 건 노랗게 예쁜 계란 물까지 입고 국수처럼 기다랗게 썰려 나온 고기전들이 올려 진 밀면이었다.
이미 육전 밀면만 해도 신세계인데... 아직 한 발 더 있었다.
육전밀면이란 새로운 음식 맛만 해도 신기했으나 아직 새로운 음식이 하나 더 나오고 있었다. 바로바로 '육전'!! 무려 전라도 제사 음식에 꼭 올리는 음식으로 얇은 소고기를 밀가루와 노란 계란 물을 입혀 노릇하게 구운 말 그대로 고기 전이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고기는 사랑이었는데 그 사랑스런 고기를 전으로 만들었다고!? 와아 역시 맛의 고향 전라도 다운 맛깔 음식이다.
한 입 맛본 맛은? 당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전 맛. 다만 여기서 씹는 순간 전 특유의 기름진 고소한 맛이 지나고 나면 살짝의 육향이 올라오며 담백한 고기 맛이 입 안에 두 번째 펀치를 날려준다. 막 엄청나게 특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새로운 전 맛이었다.
우린 자주 볼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새로운 음식을 만났을 때의 기쁨. 거기에 이건 자주 만나고픈 간절함이 생겼을 때의 기쁨. 이미 가득 차오른 나에게 슬픈 소식이 왔다. 맛있지만 아무래도 소~오~오~고기다 보니 가격이 살벌한 덕에 먹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그나마 친척이 왔다고 시켜줬지 그 이후엔 밀면집을 방문해도 주문해주지 않았다.
세상은 다시 우리의 만남을 연결시켜 주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평생 시댁에 고달픈 일만 가득할 것 같았던 엄마에게 봄이 왔다. 달마다 최소 1번, 많으면 3번씩 있던 제사를 할아버지의 몸이 안 좋아지면서 멈추게 됬다. 정확히는 서울 큰 아들 집으로 넘어갔다. 덕분에 막내며느리면서 할아버지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큰 며느리 대신에 굴려졌던 엄마는 제사로 부터 해방되었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엄마. 지금도 제사에서 해방되었던 썰을 풀 때면 대한 독립 만세라고 행복해한다. 아무튼 그렇게 명절날 드디어 친정 집도 처음으로 여유롭게 가보게 되고 시간이 생겼다. 그러자 엄마는 나에게도 희망을 주었다. 내가 육전을 먹고 싶어 하던 걸 알고 명절 분위기를 내고자 구워주었다.
엄마가 구워 준 채끝 육전의 맛은?
밖에서 사 먹은 것 못지않은 고소 담백 육즙 살살 부드러움의 종합 선물 세트였다. 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파채도 썰어서 무쳐주는데 이건 뭐 더 이상 말할 필요 있는가?
문제는 4명 다 입맛이 다른 우리 가족들.
나와 엄마는 맛있었는데. 분명 불 위에서 기름을 잔뜩 먹고 맛있게 구워진 전인데. 어찌 그리 입 맛들이 다른지. 아빠랑 동생은 별로라는 평가를 냈다. 꼭 우리 집은 누가 맛있다 하면 누군 맛없다 해서 음식으로 하나가 된 적이 거의 없다.
하필 아빠까지 기각을 외치니 엄마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자연스럽게 육전은 가격도 비싸기에 우리 집 식탁에서 사라졌다. 게다가 명절 날 음식도 굳이 힘들 게 만드는 것도 멈추게 되어 더욱 볼 수 없는 음식이 되었다...ㅜㅜㅜㅜ
그래도 대리 만족이 있다.
시간이 또 흐르다 보니 배달 어플이 당연한 상황이 왔다. 자연스럽게 육전밀면 가게도 배달하는 가게가 되었다. 원래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가게라서 육전밀면도 자주 못 먹었는데 이젠 주말이면 가끔씩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덕분에 육전 밀면을 시키면 면처럼 먹을 수 있는 육전도 맛 볼 수 있게 된건데... 그러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육전을 먹고픈 마음을 달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타닥 소리를 내며 맛깔나게 방금 구워 나온 육전을 먹고 싶었다. 그 바람이 커져서 그런가 나중에는 아주 그냥 티본스테이크로 육전을 해 먹는 미친 짓을 하는 상상도 한 적 있다. 흑...ㅜ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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