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이면 기름기가 쫙 올라 더욱 맛있고 신선한 고등어 회입니당
계절마다 제철인 생선이 있다.
지금 같은 추운 겨울에 먹기 좋은 생선을 하나 꼽으라면 당연코 고등어다! 고등어 회맛을 알게 된 건 솔직히 얼마 안 됬다. 처음에는 방송에서 고등어 회를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리액션을 보고 의문만 가졌었다.
의문은 곧 호기심이 되고 질문으로 옮겨가는 법.
방송만 보다 보니 대체 구이로만 먹던 생선을 회로 먹으면 얼마나 맛있길래 저러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아빠한테 물어보니 놀라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연어보다 더 맛있다고??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회 맛이라 하면 쫄깃 탱탱 단맛으로 먹는데 연어 외에도 기름진 회 맛을 느낄 수 있다니. 그저 입맛만 다시면서 호기심이 더 증폭됐었다.
호기심도 커지다 보면 꺼지는 날도 온다.
최애 생선을 꼽으라면 당근 연어였다. 그런데 연어보다 맛있다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은 커졌지만 안타깝게도 자주 가는 횟집에는 팔고 있지 않았다. 주변 다른 횟집도 사진을 보면 고등어는 보이지 않아 없는 줄 알았다. 덕분에 어느 순간 호기심도 사라져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찾아온 운명 같은 횟집이 있었다. 동생이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추천받고 가 본 맛집들 중에서 괜찮은 횟집이 있다고 추천했다. 알고 보니 잘 지나갈 일 없는 길 쪽에 있는 가게여서 몰랐던 가게였다.
어떻든 동생 용용이가 추천해서 다 같이 가보니... 예술이었다! 가게는 미리 밖에 있는 수조에서 회를 주문하고 안에서 또 따로 음식들을 하나씩 주문해야 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진 곳이었다. 보통 횟집이면 2개 정도의 기다란 가로 수조가 있는데 이곳은 아니었다. 훨씬 더 많은 수조들이 2층 높이로 가득 있는 곳으로 회 양도 적당하고 한 입에 바로 신선함부터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가게 안에 일종의 찌개다 시로 불리는 음식들 가격이 혜자스로운데다 맛도 주방 아주머니의 금손이 닿은 덕에 맛깔났다.
첫날이 곧 단골로 이어졌다.
이렇게 맛도 좋고 가격도 좋은 가게라면 당연히 자주 가야지. 우리 집 공식 횟집이 되는 건 첫날에 결정 났다. 그렇게 겨울이면 꼭 가는 가게가 되었는데... 역시 첫 만남은 갑작스럽게 온다. 아빠가 어느 겨울날 횟집에서 고등어 회를 주문해 주었다.
세상에나 그렇게 방송에서만 보고 뭐지? 하고 질문만 자꾸 던지게 만들었던 그 유명한 고등어 회를 맛보게 된다고!!?? 너무너무 기뻐서 그 횟집 천장을 부술 뻔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고등어 회가 살포시 나오고 한 입 먹어보니... 와아... 정말... 이게... 와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아니 입 안에서 오케스트라가 열렸다. 연어만큼 아니면 훨씬 더 맛있는 고소 미끌한 기름 맛이 마치 심벌즈 마냥 꽝꽝 친다. 그런데 느끼하지 않고 깔끔 단백으로 현악기들이 부드럽게 연주하듯 지나간 맛이라니! 이렇게 강하면서 무게 있고 부드럽게 온갖 선율이 조화롭게 섞인 생선 맛은 처음이었다.
원래 맛있는 거 비싸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왜 이제야 나에게 왔는지에 대한 의문은 영수증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가격이 모둠 회 한 접시보다 비쌌다. 심지어 양은 훨씬 적었는데ㅜㅜ
그나마 아빠가 다음에 오면 또 사준다 했지만 모둠회에 고등어 회까지 더 시키기엔 부담스럽기에 자주 먹을 순 없었다. 게다가 겨울이 철이고 그때만 팔기에 더욱 보기 힘든 귀한 음식이 됐다. 그렇다면 내가 취직해서 돈 벌면 꼭 겨울에 자주 먹어야겠단 결심을 갖게됐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기에.
가족들에게도 떵떵거리며 꼭 사주겠다 말해놓고 얻어먹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건 얼마 안 있어였다. 생각보다 취직 준비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지면서 고등어 회는 먹고 싶었지만 눈치 보여서 못 먹게 된 음식이 됐다.
언제나 차선택도 있는 법.
그나마 겨울 철 별미 생선 중에 방어도 있다. 모둠 회를 주문하면 한참 제철이라 기름이 올라온 방어도 있어 고등어를 대신 할 차선책으로 맛있게 먹곤했다. 그런데... 그치만... 그래도 고등어만큼의 산뜩 깔끔 조화로운 기름 진 맛은 아니라서 여전히 고등어 회를 그리게 된다. 나중에 크게 성공하면 겨울에 주 1회 고등어 회를 먹는 호사를 누리고 싶으며 글을 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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