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글지글한 돌솥 위에서 바삭해진 누룽지와 함께 각종 채소와 고추장의 환상 콜라보 음식인 돌솥비빔밥입니당!
비빔밥은 신기하다. 나는 편식이 아주 심해서 채소를 어렸을 땐 거의 손도 안 댔는데 비빔밥은 힐링을 줄 정도로 맛있다.
손도 안대는 나물들을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 그리고 화룡점점의 고소한 맛을 더 추가해주는 반숙 계란후라이를 밥과 함께 섞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그런데 좀 편식으로 인해 나물들을 이왕이면 좀 잘라서 한 입에 먹기 좋게 골고루 섞여 있어야 잘 먹었다. 오히려 고사리처럼 기다란 나물이 한 입 뜰때마다 수저 밖으로 대롱대롱 나가있으면 이건 절대 힐링 한입이 아니다.
비빔밥이란 이름 그대로 재료들이 비벼져서 어울러지는 맛을 느끼다가 끝에는 혼자 입안에서 관심받는 나물이 생겨서 싫었다. 또한 일부 나물은 비빔밥으로 만들면 절대 안 먹는 종류도 있었다. 어떻든 참 까다로운 비빔밥 선호를 가진 나도 이상하게 돌솥에 지글지글하게 나온 비빔밥은 웬만하면 극호다.
돌솥비빔밥을 먹을 때는 나만의 더 큰 힐링을 주는 순서가 있다.
먼저 일단 나오면 손대지 않고 그냥 둔다. 가족들은 같이 주는 장국이나 시레기국의 국물을 안에 넣고 바로 비비지만 나는 그냥 둔다. 왜냐하면 한참 뜨거운 솥의 온도에 의해 맨 밑에 깔린 밥 아래가 바삭한 누룽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걸 좀 두다가 슬슬 누룽지 냄새가 나면 그제서야 국물을 좀 넣는다.
그리고 만약 집이라면 꼭 가위로 기다란 나물들을 좀 잘라주고 밖이라면 할 수 없이 그대로 슥슥 비벼준다. 고추장은 맵찔이라서 적당히 색이 날정도만 넣고 꼭 반숙의 계란 노른자는 터트린다.
그럼 노른자 소스를 머금은 밥이 솥에 조금씩 눌러붙어서 고소함이 배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맛있는 누룽지 비빔밥을 한숟깔 떠먹으면 살짝 바삭한 식감과 맛있게 무쳐진 나물의 향긋한 맛과 노른자와 참기름의 고소함이 같이 섞이면서 환상의 힐링 맛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돌솥비빔밥집은? 무려 김밥천국이다.
어렸을 때는 비빔밥을 사 먹는 일이 절대 없는 수준이었다.
비빔밥 전문집은 솔직히 집에 남은 반찬 있어서 대충 비벼먹는 게 더 맛있을 때가 많아서 비빔밥은 돈 주고 사먹기 아깝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다 요즘 배달을 통해 어쩌다 먹은 비빔밥 맛은 어렸을 때 사먹은 맛과 퀄리티가 아님에 놀랬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가게에 가서 돌솥비빔밥도 사먹어 봤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정확히는 다 무난한 맛이긴 한데 역시 과거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중학교때였나 시험 때문에 학교에서 일찍 마치고 돌아와 급하게 김밥천국에서 돌솥비빔밥을 주문해 먹어보니 대박이었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는지 고민해보니 그냥 이대로 남은 시험들이 다 비벼져서 소화됬음 좋겠네하는 빈정거린 마음에서 뜬금없이 주문했던 것 같다.
그렇게 좋지 못한 마음으로 주문했던 돌솥비빔밥은 의외로 너무 맛있었고 큰 힐링과 함께 추억을 주었다. 덕분에 성인이 된 지금도 김밥천국 돌솥비빔밥이 제일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아마 어렸을 때라 미화된 것 아닌가 싶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거긴 진짜 맛집이었으니까.
가끔 그런 김밥천국이 있다.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고 깔끔해서 매일 문정성시로 북적대는 곳이 있다. 내가 갔던 곳이 그런 곳이었고 그곳은 오죽하면 아직 마감전에 가면 재료가 떨어져서 못 사먹는 곳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맛집들은 왜 사라지는지... 동네에서 퍼진 소문에 따르면 하필 사장님이 손데면 안 되는 투자에 많은 돈을... 소문은 소문일 뿐이지만 그래도 사실이라면 못 먹게된 것에 미울 지경이다. 가장 속상한 건 사장님이지만...
아무튼 나에게 있어 비빔밥은 집에서 대충 큰 그릇에 이것저것 남은 반찬 비벼먹는 음식이거나 육회비빔밥이거나 돌솥비빔밥 셋 중에 하나가 됬다. 이 중에서 당연 최고는 돌솥비빔밥으로 한 입만 먹어도 이것저것 다양한 식감을 만날 수 있고 먹는내내 뜨끈해서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그 맛이 최고의 힐링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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