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확한 정삼각형을 이룬 맛있는 주먹밥인 삼각김밥입니당~
우리 집은 용돈제가 없었다.
따로 정해진 용돈은 없고 필요한 돈이 있으면 목적과 이유를 잘 설명해서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돈 개념은 잘 모르고 물건을 사려면 엄마에게 말해서 살 수 있다 정도만 갖고 있었다.
학원에서 노는 게 재일 꿀잼.
그때 다니고 있던 학원이 있었다. 종종 진도를 빠르게 나가고 우리와 잘 놀아주던 과목별 선생님들이 계셨다. 어느 날 과학선생님이 우리에게 책을 이용한 동전 뒤집기 놀이를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도 참여해서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는데 꼭 경기에 참여한 선수처럼 어찌나 들끓고 재밌었고, 내가 1등인 덕에 꽤 짭짭할 수익까지 얻었다.
사실 허락 맡고 돈 받는 게 무진장 불편했다.
가끔은 눈치 안 보고 내가 가진 돈에 따라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싶은데 일일이 보고하는 것부터 너무 싫었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따뜻한 봄처럼 반가운 1400원이 생겼다. 그 시절엔 1000원만 있으면 문구점만 가도 과자 10개는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돈이 생겼으니 당근 사 먹어야쥐!
기회는 잡아야 성공한다 했다. 당연히 돈이 생겼으니 엄마가 지금까지 안 사주던 것을 먹어야 했고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엄마는 편의점을 금지시켰다. 값도 비싸고 맛도 없으며 한참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판다는 인식을 나에게 심어주었던 곳이다.
얼마나 비싸길래 금지시킨 장소였는가.
그런 의문을 갖고 입성한 미지의 장소인 편의점은... 무진장 알록달록 밝았다. 평소의 보던 마트보다 더 밝은 불빛과 훨씬 더 다양한 색상의 식품들이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는 놀이공원 같은 곳이었다. 너무 신기했고 잠시 구경부터 한다고 3분 정도 썼다. 그리고 가끔 만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삼각김밥이 보여 가장 먼저 집었다. 그렇다면 가격은?? 무려 그 시절 삼각김밥은 500원이었다.
엄마 몰래 하는 일은 떨리는 법.
지금 내 수중에 돈의 일부만 쓰면 되니 당근 사야 하는 것 아닌가?! 바로 말로만 듣던 참치마요를 사서 밖으로 나왔었다. 그때의 심정은 지금도 기억난다. 정말 남몰래 중죄를 짓는 죄인이 된 것 마냥 어찌나 떨리고 미친 듯이 눈치 보이던지. 특히 동네에 엄마가 아는 이모들이 워낙 많아서 내가 편의점에 들어간 것부터 보고될 까봐 너무 두려웠다. 오죽하면 심장이 망치를 내려치듯 박진감 넘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든 샀으니 맛봐야지!!
첫 음식의 만남은 마치 롤러코스터의 최고층으로 올라가는 듯한 최고치 기대를 갖는다. 드디어 먹는다. 엄마가 그토록 맛없고 비싸기만 하다며 먹으면 건강도 안 좋아진다고 그렇게 막아왔던 그 음식을 몰래 먹는다!! 떨림을 갖고 삼각김밥 표지에 적힌 순서대로 안전하게 뜯고 한 입 맛본 그 첫 맛은!!???...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진짜 정말 너무할 정도로 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맛없었다!!
김은 물에 담근 것 마냥 축 늘어져 있고 밥은 지금으로 치면 유통기한이 좀 지난 심각하게 푸석하고 질 나쁜 쌀 맛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참치마요라면서 참치가 삼각김밥 겉에 살짝 바른, 향만 맡으라고 넣어놓은 수준이었다.
나는 무엇을 먹은 것인가.
대체 이것은 뭐 하는 음식인가. 정말 재난 상황 속에 보급품으로 받아야 먹을 음식이 아닌가? 어린 마음에 온갖 비판적인 생각들을 하느라 그 자리에서 10분 넘게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심각했다.
다행히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엄마 말은 역시 틀린 게 없구나를 깨달은 지 몇 년이 지나자 느슨했던 편의점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GS편의점의 등장 덕이었던 것 같다. GS편의점의 등장 이후로 편의점 식품들에 엄청난 혁명이 시작되었다. 자체 도시락과 컵라면의 등장부터 가장 기본인 삼각김밥과 김밥의 변화는 지금도 감사할 정도로 큰 변화가 왔다.
밥은 좋은 쌀로 오늘 지어서 만들고, 안에는 듬직한 속재료들을 꽉꽉 채워 바삭바삭한 김으로 감싼다. 이 변화를 지금 아이들을 절대 모를 것이다. 이게 당연한 것 같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500원임에도 사 먹기 싫은 푸석한 무언가였다. 종류는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새로운 맛이 계속 나오고 있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다.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에 지금도 감사하면서 글을 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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