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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힐링 만화(이거 진짜 맛있었엉)

푸드힐링 만화) 난 너를 믿었기에 배신감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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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범한 인스턴트 컵라면이 아닌 고소한 계란과 참깨의 콜라보레이션, 참깨라면 컵라면입니당!

 

참깨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가 기억난다.

마트에서 좀 새로운 컵라면이 없는지 기웃거리다가 발견했다.

무려 계란이 들어있다는 큼직한 문구를 보고 즉시 구매했다. 세상에 라면과 계란 조합은 말해 모하겠는가. 대기업 쩝쩝 박사님들이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깨지지 않게끔 새로운 유통 기술을 개발해 넣어주셨구나. 대단히 엄청난 착각을 하고 희열을 느끼며 집으로 모셔갔다.

 

결과는? 매우매우 실망했다.

열어보니 계란은 없고 웬 계란블록이라는 네모난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생각했던 계란이 없다고 큰 배신감을 느꼈다. 물론 계란 한 개를 컵라면 속에 넣어 깨지지도 않고 유통시키다니 대한민국 역시 먹는데는 천재라며 온갖 극찬과 상상을 한 내 잘못이긴 했다. 그래도 그때 느낀 분노는 엄청 났다. 화가나서 먹는 둥 마는 둥 계속 내 계란 어딨냐며 어찌나 아우성 댔던지. 그날 이후로 엄마가 컵라면을 사 온다 하면 무조건 참깨는 거를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년 넘게 안 먹었다.

아이고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무슨 똥고집인지. 오히려 계란을 블록으로 만들어서 물만 넣으면 부드럽게 면과 함께 호로록 먹을 수 있는 획기적인 컵라면인데. 어린 마음에 어지간히 상처 입었다고 무시했던 것 같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 되고 편의점에 갔을 때였다.

눈 앞에 또 참깨 컵라면이 보이는데 아 이 배신자 컵라면이 아직도 살아있네? 라며 비냥거렸다. 그런데 마침 할인과 생수도 같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난한 대학생은 별다른 선택지 없이 바로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데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먹은 참깨 컵라면은... 너무너무 맛있다!!

 

인생을 몇 년이나 손해본 건지 온갖 한탄을 다했다. 아늬 그때 화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 맛을 왜 몰랐지?!!! 부드럽게 풀린 계란 블록의 계란들이 참깨와 섞여 고소한 맛을 증가시킨 그 맛. 전자레인지까지 이용해서 쫄깃한 면발이 같이 들어있는 매운 기름까지 뭍혀 약간 기분좋게 얼얼하면서 느끼함을 덜어주는 그 맛. 국물도 무난하게 약간 얼큰하고 참깨 특유의 견과류와는 다른 특유의 고소한 맛이 쫄깃한 면과 함께 들어오니 행복한 조합이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내가 왜 그랬지를 반복했다. 그때 전자레인지용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그래도 맛있었을텐데 왜?! 계속 의문만 반복했다. 그러다 반쯤 먹었을 때 기억났다. 화난다고 이거 계란 맞냐면서 면과 함께 물에 안 넣고 그냥 과자처럼 다 씹어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과자처럼 먹어도 맛있습니다

 

아 맞다. 와 진짜 이 똥고집... 계란 없는 참깨라면 컵라면릉 일반 밍밍한 컵라면 맛이었을 것 같다. 그러니 맛도 별루라며 혼자 까버렸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알고보니 대기업 석박사님들이 밤새 가며 만든 맛을 내가 망쳐놓고 왜 맛까지 없냐고 승질낸 거였다. 정말 어렸을 때 나에게 딱콩을 쥐어주고 싶은 일이다.

 

아무튼 그 뒤론 참깨라면 컵라면 사랑인이 되어 한동안 컵라면은 무조건 참깨였다.

혹시나 라면을 사 온다하면 엄마에게도 무조건 참깨로 사와달라 했을 정도였다. 그나마 10년 지나서 화해 안 한 게 다행이었고 늦게나마 알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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