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먹기 싫은 채소도 맛있게 먹게 만드는 마법의 음식인 카레라이스입니당
나는 카레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카레는 신기하게 좋아하지 않는 채소도 먹게 하는 마법의 음식이고 대충 만들어도 신기할 정도로 밥 두 그릇은 뚝딱할 정도로 맛있다.
이런 카레를 집에서 만들어 즐기게 된되는 많은 일이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 우리집 카레는 갓뚜기가 만든 3분 카레로 동생과 나랑 둘이서 그 한 개를 나눠 먹었었다.
레토르트 식품은 보통 특유의 시큼한 냄새와 맛 때문에 좋아하지 않지만 3분 카레만은 애정하는 식품이다. 안에 든 감자와 당근도 실하고 맛도 좋으니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을꼬.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결국 만나고야 말았다. 직접 대량으로 뭉근하게 끓여서 집에서 먹던 것보다 더 맛있는 급식 카레라이스를!!
집 카레는 항상 3분 갓뚜기 카레였는데 세상에 직접 만들었다고?!
처음으로 카레는 공장에서 받아 먹을 수 있는 가공품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을 알게 되는 날이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맛본급식 카레 맛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대량으로 급식 시간이 오기 전까지 뭉근히 끓인 카레 맛은 아마 대한민국 급식을 먹어 본 사람이면 당근 알 것 이다. 집 카레와는 다른 그 특유의 맛이있다! 심지어 안에 든 고기도 레토르트랑 다르게 부드럽다니!! 정말 신세계였다ㅜ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도 많이 만들어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면? 당근 엄마를 졸라야지! 그러나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카레를 싫어해서 안 만들어 온 음식이라 엄마는 반갑지 않은 부탁이었다.
그래도 딸 방구의 애원을 보니 엄마도 거절하기 그랬는지 끓여주셨다.
문제는 결과물이...
물 바다였다.
엄마의 요리는 밥상에 한식을 요구하는 아빠 덕에 한식에 특화되어 있지 그 외의 음식은 솔직히... 갭 차이가 심하게 맛이 떨어졌다.
처음이라 그런가 해도 이후에도 계속 물 많이 들어가 연한 카레였다. 이게 국밥인지 카레인지 구분 안 가는 싱거운 맛이었다. 그래도 뭐 급식에서 먹으면 되니까 상관 없었다. 분명 그랬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해 먹은 급식 맛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ㅜㅜ
어지간하면 카레는 진짜 맛있는 거 아닌가?
엄마의 카레야 물 량 조절 실패에 아빠 반찬 만든다고 정신없어서 신경 못 쓰니까 그렇다고 쳐왔지만, 아니 급식인데?? 대량으로 팔팔 끓여서 어지간하면 맛있다고 다들 말하는 그 추억의 급식 메뉴 중 하나로 꼽히는 음식인데??!
내가 다닌 학교 카레는 놀랍게도 묽기는 적당한데 밍밍하고 싱거웠다. 아무리 봐도 카레 가루를 아껴서 전분이나 밀가루로 농도를 조절하고 맛은 포기한 카레였다. 카레 조차 망한 급식의 맛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어느 정도냐면 인근 주변 학교에 급식이 맛 없다고 소문난 학교였다.
소문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부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몰래 우리 학교에 와 체험을 하고 갈 정도였다. 오자마자 입고있던 교복을 우리 학교 체육복으로 갈아입어 우리 학교 학생인 척 맛 보고 갔다. 그리고 다음날 이면 초대한 우리 반 아이가 친구들에게 후기를 들려주는 걸 몰래 들었다. 당근 이거 뭐냐?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전설의 급식이 나오는 학교가 된 내 모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부임했다.
나는 누군진 몰라도 이곳에 오다니. 그래도 어른이라서 그냥 참고 드시는 걸까 했는데 아니었다. 이미 학교 선생님들도 밖에서 먹고 오기로 소문 나있는데 교장 선생님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첫날 부임하자마자 영양사에게 급식이 왜 이렇게 맛이 없냐고 따졌다는 소문이 바로 퍼졌었다.
그렇게 급식까지 잃고나니 목 마른 사람이 땅을 파야했다.
직접 만들자! 집에서 갓뚜기의 쩝쩝 박사님들이 카레 가루 뒷면에 적어 둔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결과는? 대성공!!!
적당한 농도에 찐한 카레맛. 함께 들어간 채소들이 조금씩 내보낸 채수가 섞이고 입 안에 씹히는 담백한 감자맛이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 줬다.
먹고 보니 엄마 카레는 물이 너무 많으니 레시피에 적힌 물량으로 끓이면 되는 거 아닌가? 바로 엄마에게 말해서 부탁해보니 돌아 온 대답은 간단했다.
"저녁 만들기 바쁜데 뭐 일일이 물량 체크하는 건 귀찮다!"
그럼 걍 먹고싶을 땐, 주말에 내가 만들지 뭐.
그렇게 빠른 결정으로 카레 가루로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했다. 채소 종류와 크기에 이리저리 변형을 주고 물 대신에 우유나 코코넛 밀크를 넣어보기도 했다. 게다가 매운맛이 필요하면 고춧가루나 페페론치노를 넣기도 하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굵은 베이컨도 넣어 본 결과 뭘 해도 맛있었다. 어쩜 이리 만능 가루가 다 있는지. 덕분에 카레 러버가 되었다.
만약 카레를 만들 생각이라면 가장 간단하다 생각한 레시피는 양파와 카레가루로만 만든 카레다.
신기한 게 볶음 양파만으로도 카레의 맛은 훨씬 뛰어나 진다. 이왕 만들거면 버터에 갈색빛이 돌때까지 카라멜라이징시킨 상태에서 끓이면 깊이 있는 카레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식용유에 볶아도 맛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주말이면 만들고 싶었으나 그것도 1학년 때 잠깐 뿐이었다. 어떻든 대한민국 고등학생 아닌가? 성적이 중요하고 성적에 올인해야 하는 대한민국 고등학생. 주말에 집에서 요리하고 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행여나 TV라도 잠깐 봤다간 묘하게 눈치 봐야하는 시기다.
그나마 우리집은 어떤 일 이후로 압박이 심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눈치가 보이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거 다해도 되는 마법의 시기니까 그때 하면 되겠지 하고 기대에 찼었다. 그러나 나는기숙사생이었고 안에는 전자레인지도 없어서 3분 카레도 먹기 힘들었다...ㅜㅜ
그렇게 가끔씩 집에 내려오고 졸업까지 한 지금은?
엄마의 카레 맛이 엄청나다. 타지에 가있는 딸을 생각해서 내가 올 때면 부탁한대로 뭉근하게 끓인 맛있는 카레를 끓여줬다. 심지어 지금도 부탁하면 맛있게 끓여준다. 사실 가족들 중엔, 나 밖에 먹지 않아서 특별히 저녁 만들기 전에 미리 끓여주신다.(동생도 나이 먹고 보니 카레를 딱히 안 좋아한다)
그리고 나도 종종 내가 먹고싶은 스타일로 다양하게 끓여보곤 했지만... 어느 순간 귀찮을 때도 많아서 돌고돌아 다시 3분 카레를 애용하고 있다.
다만, 3분 카레 안에 든 고기는 즐겨서 싫다. 숟가락으로 부셔 먹거나 아예 버릴 정도로 3분 카레의 고기가 항상 아쉽다. 그래도 계속 판매되어 평생 애용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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