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에 속은 촉촉한 반죽과 문어의 씹히는 맛이 좋은 타코야키 입니당
타코야키는 ‘짱구는 못말려’와 ‘마르코는 아홉 살’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엄마와 아빠가 둘 다 문어를 사 와서 어디에 쓸까하다가 다 같이 문어빵 파티를 하는 에피소드를 봤다. 처음보는 펜에 짱구가 이리저리 굴리며 구운 문어빵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마루코네 집에서도 마루코와 할아버지가 사 온 문어빵 기계에 가족들이 다 같이 손이 부딪혀가며 문어빵을 굽는 에피소드를 봤었다. 다 같이 만들다보니 찌그러진 문어빵을 먹고 행복 힐링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입맛이 다셔졌었다.
그걸보고 대체 뭐길레 저 신기한 펜에서 구운 빵 같은 것을 맛있게 먹는 걸까 너무 궁금했었다. 한국 더빙에선 모두 문어빵이라 부른 저 음식은 내가 어렸을 땐 동네에서 보기 힘든 음식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으로 어느 날 타코야키 트럭이 우리 집 근처에 온 것을 봤다.
처음엔 트럭에 쓰인 문구가 타코야키 라길레 모르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관심 갖지 않았다. 그저 몇 번 볼때마다 뭐길레 사먹는 사람이 있나 신기하기만 하고 넘겼다. 그러다 평소처럼 학원을 가는 중에 구매한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 그릇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그 동글란 빵 위에 소스와 가스오부시가 넘실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타코야키가 문어빵의 일본말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타코야키가 문어빵이었구나! 그제서야 알게 된 나는 얼른 학원이 마치기를 기다리며 수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만화에서 봤던 행복 힐링 리액션이 나올 내 모습에 행복감과 동시에 학원 마치고 나오면 트럭이 사라졌을까봐 어찌나 조마조마 했던지.
다행히 나와보니 트럭이 있는 것을 본 나는 얼른 장 보러 나온 엄마에게 달려가 사 달라고 졸랐다. 무려 문어빵이라며 만화에서 보던 그거라며 어찌나 흥분하면서 설명했던지.
엄마는 나를 데리고 트럭에 가서 일단 7알만 사주었다. 트럭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를 보는 것도 신기했고 만화에서 보던 귀여운 틀 위에 더 귀여운 문어 빵이 알알이 굴러가는 모습은 더 즐거웠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자 아저씨가 타코야키를 나에게 건네주는데 경고를 주셨다. 엄청 뜨거우니까 무조건 식혀 먹으라고 3번 넘게 계속 경고하시면서 주셨다.
뭐든 갓 나온 음식이 뜨거우니까 어린 나에게 경고하는 거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실수였다. 아저씨는 내 눈빛을 보고 한 번에 달려들거란 건 예상하고 말씀해주신건데ㅠㅠ
어린 나는 역시나 아저씨 말은 한 귀로 흘려 보냈다. 달콤한 소스에 절여진 문어빵 위에 가스오부시가 너풀너풀 춤추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기도 힘들었다. 어차피 한국 이름으로 문어가 들어간 빵 아닌가? 빵이 딱히 뜨겁나? 라며 나는 갖고 가다말고 한 알을 바로 입 속에 넣었다.
지옥이 열렸다.
입 속에서 터진 타코야키는 속에 있던 뜨거운 반죽들이 용암 마냥 입 속을 가득 채워 화상을 입혔다.
미친 듯이 뜨거운데 밖이라 물은 없고, 하필 엄마 따라 마트에 들어와서 바닥에 뱉을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고 못하고 결국 입 속에서 그대로 식히다가 다치고 말았다.
역시 만화와 현실은 다르다며 캐릭터들은 두 세 번 호호 불고 바로 먹더니 이게 뭐냐며 화가났었다. 만화적 표현일 뿐 실제론 잘 식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그걸 몰랐던 나는 맛이 뭔지도 모르고 입 속만 다친 덕에 또 애꾿은 타코야키 탓만 했다.
그렇게 타코야키는 맛 없고 위험한 음식이란 틀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지냈다. 덕분에 한 4년은 타코야키를 경멸하고 피했던 것 같다.
그러다 다시 만난 타코야키는 회전 초밥집에서였다. 마무리로 뭘 먹을까 고민 중에 돌아다니던 타코야키가 보였다. 나름 나이를 먹은 덕에 아마 회전 레일에서 돌고 돌은데다 이곳에선 갓 구운 타코야키를 넣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차가울거고 그럼 속 맛이 무엇인지 이번엔 알 수 있을거란 판단이 내려져 나는 바로 시도했다.
결과는... 맛있었다.
분명 냉동으로 만든 평범한 타코야키지만 내가 아는 빵의 식감도 아닌 굽기 전에 반죽같은 물컹한 식감에 조그마해도 나름 입체적인 낙지가 반죽과 너무 잘 어울렸다. 생각지도 못한 힐링에 놀래 나는 그제서야 왜 캐릭터들이 그렇게 맛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았다.
그 이후로 타코야키만 보면 침부터 흘릴 정도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나중에는 일본인들도 인정한 본토 가게에 가서 맛보고 싶다. 타코야키에 이것저것 토핑한 것과 국물이나 샌드 사이에 들어간 요리도 시도하고 싶다. 그 날을 꿈꾸며 글을 써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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