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콤 부드러운 빵 위에 짭짭한 버터와 맛있는 시럽이 흐르는 핫케이크 입니당
내가 새로운 음식의 존재를 알게 된 경위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이다. 캐릭터들이 처음 보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마다 대체 저건 무슨 음식이길레 저렇게 행복 힐링 표정을 갖는지 궁금했다. 그러다보니 한 번이라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만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던 것 같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애니메이션마다 제작 국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됬다. 덕분에 한국 작품에선 내가 아는 친숙한 음식들이 등장해 공감을 샀고, 일본이나 미국 작품에선 호기심이 생겼다. 저 나라 사람들이 먹는 저 음식은 뭘까 직접 방문해야 알 수 있을까라며 궁금해 했다.
그런데 등장하는 음식 중엔 일본과 미국 작품 모두 등장하는 것도 있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작업한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었는데 그게 바로 핫케이크다! 처음 봤을 땐 저 얇게 썰은 카스테라 빵 위에 노란 버터가 왜 올라가는지, 저기 위에 뿌리는 시럽은 무슨 맛일지 그저 달달할 거란 생각만 가졌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의 백설과 갓뚜기가 내놓은 상품을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됬다. 심지어 예전부터 팔고있었는데 이제 알았다니?!
항상 과자 코너나 익숙한 것들만 봐서 그런가 동네 마트에 버젓이 오래 전부터 팔던걸 한참뒤에야 알게 됬다.
그렇게 어렸을 땐 핫케이크 가루가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것은 몰랐지만 전자레인지용 컵케이크가 있던 건 알고 있었다. 핫케이크와 비슷하다 보니 당근 엄마를 졸라서 사달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가 어린 나에게 왠만하면 기성제품은 잘 안 먹이려 했다. 이것저것 감미료와 설탕을 넣은 가루라니 엄마는 무작정 맛 없다며 안 사줬다.
아니 근데 지금 생각해도 이해 안 가는 게, 문구점 불량식품은 허락해줬으면서 위생적인 식품 공장에서 만들어진 기성 제품은 왜 안 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처음은 먹어보는 데 실패했다가 나중에 이모 덕에 성공했던 것 같다.
아직 내가 어렸을 때, 고된 시댁 살이와 아픈 동생덕에 시댁과 병원을 왔다 갔다 했던 엄마를 대신해서 이모가 나를 돌봐 준 기간이 있었다.
그때 이모에게 핫케이크 먹어보고 싶다는 말을 한 덕에 만들어줬던 것 같다. 그렇게 처음 이모가 만든 엉성한 핫케이크는... 나쁘지 않았다.
무언가 달달 폭신한 빵 위에 같이 사온 시럽이 촉촉 달달한 맛을 주어 지금까지 맛 본 적 없는 신기한 빵 맛이었다. 보통 식빵처럼 결이 있거나 바삭하게 튀긴 고로케와 같은 빵만 먹다가 이렇게 폭신폭신하고 시럽까지 뿌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단맛을 주는 구운 빵은 거의 처음이었다.
그때 엄마에게 신기한 것 먹었다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너무 바쁘고 마음에 여유가 없던 엄마에게 잘 전달된 것 같진 않다.
그래서 핫케이크의 첫 시작은 딱히 힐링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맛만 달콤하지 추억까지 달콤하진 않아서 그런지 무언가 핫케이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가끔 방송에서 나오는 미국 아점으로 유명한 식당의 유명 핫케이크 영상이나 일본의 수플레 팬케이크 영상을 보면 입 맛을 다시긴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 영상 속 핫케이크 맛을 상상할 때면 무언가 씁쓸한 뒤가 느껴져서 앞으로도 그렇게 찾진 않을 것 같다.